‘나’의 가치관과 취향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8할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방법과 자연에서 쉬는 방법을 배웠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취향과 가치관으로 나는 세상 한 가운데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출 수 있었다. 부모님께서 주신 8할이 있어 나는 2할만 더했을 뿐이다. 세상 참 쉽게 살았구나 싶다. ‘파트릭 모디아노’ 글에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이 더해진 『우리 아빠는 엉뚱해(2009, 열린책들)』를 읽으며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생각했다. 그리고 추억을 떠올렸다.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해졌다. 또 시작되는 정신없는 한 주를 잘 살아낼 자신이 생겼다. 『우리 아빠는 엉뚱해』는 카트린이 어린 시절 파리에서 아빠와 단 둘이 지냈던 추억을 그렸다. 카트린은 아빠와 함께 저울 판 위에 올라갔다가 카스트라드 씨에게 들켜 민망했던 기억, 아빠의 동업자 레몽 카스트라드 씨의 등쌀에 억지로 받아쓰기 숙제를 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아빠와 함께 안경을 벗었다가 쓰고는 했던 것을 기억했다. 아빠와 딸은 안경을 쓰느냐 벗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트린은 아빠로부터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다. 안경을 쓰지 않고 보면,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하지 않았고, 빰을 대면 스르르 잠을 불러 오던 내 커다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했다. (…) 안경을 쓰고 있으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였고, 나는 더 이상 몽상에 잠길 수 없었다. p.9 내가 안경을 벗으면 아빠도 나를 따라 했다. 우리 주위가 온통 부드럽고 희미해 보였다.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우리 마음은 마냥 흐뭇하였다. p.14 카트린은 세월이 흘렀어도 매일 아침 아빠가 창밖을 바라보며 “우리 두 사람에게 활기찬 삶을”(p.39)이라고 했던 말을 기억했고, 아빠가 면도를 할 때마다 카트린의 얼굴에 면도거품을 묻히려고 해서 도망 다니다가 결국은 아빠와 나란히 앉아 안경알을 닦던 따스한 추억을 기억했다. 무용 강습이 끝났을 때 아빠가 데리러 오셨던 장면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아빠와의 추억거리가 많은 카트린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이 더해진 동화책이 그러하듯이 이 책 역시 상뻬의 삽화 덕분에 생동감을 얻었다. 아빠와 딸의 잔잔한 일상이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전해졌다. 사랑스러운 책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삽화가 상뻬가 그린 감동의 이야기!
파트릭 모디아노의 글에 장 자끄 상뻬의 삽화가 곁들여진 따스한 그림 이야기책. 이 책은 까트린 이야기 과 발레 소녀 카트린 로 출간하였던 것을 다시 새롭게 제목을 바꾸고 편집을 다시 함으로써 우리 아빠는 엉뚱해 라는 제목으로 좀 더 나이 어린 독자들에게도 따스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엄마를 좇아 무용수를 꿈꾸던 소녀 카트린이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살면서 그려 내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던 카트린은 뉴욕에 있는 엄마처럼 훌륭한 무용수가 되기를 꿈꿉니다. 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카트린은 안경을 쓴 채 보는 현실 세계와 안경을 벗었을 때 볼 수 있는 다사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카트린은 이런 두 세계를 오가며,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는 아빠, 친절한 이웃 사람들과 함께 사랑하면서 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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