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오방과 같이 회사에 발을 담갔다가 청운의 품을 품고 개인사업가로 변신한 친구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녀석이 던진 신문 스크랩 한장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부여잡고 손보다 더 떨리는 입술로 신문기사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ㅋ 모 경제신문에서 당일 아침 오려낸 따끈함이 식지 않은 신문기사의 주제는 바로 대한민국 중년들이 자신의 노후대비에 전혀 신경조차 쓰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내용이었다...대기업 부장의 월간 지출내역을 마치 유리지갑이라도 되는 양 까발리고 있는 기사내용은 오방의 눈을 사로잡게 되었는데...일단 월수입은 500만원 이상...흐음...연봉으로 치면 6천만원...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같은 직딩의 입장으로 바라보았을때 먹고 살기에는 충분한 액수임이 분명했다...그런데 과연 이 중년남성에게는 어떤 숨기고 싶은 걱정이 있다는 말인가...일단 생활비로 지출되는 항목이 150만원...그리고 8학군 노른자위땅에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로 인하여 매달 발생하는 이자와 똘망똘망한 아이들의 교육비로 흡혈귀가 피를 빨 듯 쭈욱 쭈욱 빨려나가기만 하는 교육비의 합이 약 250만원에 육박했다...타격이 크다...물론 애들 큰 대학보내서 큰 사람 만들려는 노력이야 어느 누가 나무랄 수 있을 것인가...하지만 이와 같은 과도한 지출로 인하여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고 있는 보험료의 액수는 고작 월 24만에 불과했다는 사실이지...흐음...20년후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친구의 직업은 FC, 즉 Financial Consultant...더 쉽게 표현한다면 보험설계사다...이런 중년남성들의 아슬아슬한 곡예같은 모습은 세일즈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였겠지만...오방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노후를 대비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신문기사의 주인공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우리가 무슨 박지성같은 멀티플레이어 출신도 아닌데...부모 혹은 처가집에서 물려줄 수 있는 엄청난 재산도 없으며...재수좋게 로또 1등에 당첨되어 인생역전까지는 못가더라도 인생반전까지는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사실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 자체는 말도 안되는 수작인 셈이지...결국 밑빠진 독에 부어라 마셔라 물을 붇고 있긴 하지만...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정황과 미래의 분위기로 유추하건대 국민연금에 대해서 큰 기대를 품고 있기는 힘든 상황일테고...그렇다고 그런대로 은퇴후 연금을 보장받고 있는 직업군인이나 교사, 철밥통 공무원으로 갈아탈수 있는 능력은 더욱 없지 않은가...속이 쓰리다...당장 돈이 없긴 하지만...친구녀석이 가지고 온 월 50만원짜리 연금설계서를 무작정 휴지통속으로 버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에 태어난 자랑스런 이삼십대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면 열심히 일해서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어떻게 하면 판교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배 이상 프리미엄을 튕겨 먹을 수 있을 것인가라든가...옆 동네 조만간 재건축이 예상되는 아파트를 어떻게 싸게 사놓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중년이후의 미래에 대한 경제적인 불안감은 과연 우리들만의 이야기일까...노우노우...결코 그렇지만은 않다...이 책은 중년이라는 인생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느끼게 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그리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보다 발전적이고 아름다운 여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조언하는 인생선배의 뼈있는 충고가 담뿍 담겨 있다...저자는 이미 중년이라는 나이는 훌쩍 넘어버린 노년의 할머니다...깊은 숲에 들어와 있으면 나무는 보되, 숲의 전체적인 모습은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이제 중년을 훌쩍넘어 노년에 이르른 저자가 던지는 마치 인생을 달관한 자만이 던질수 있을 법한 덕담은 현재 중년이거나 조만간 문지방을 넘어서게 될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훌륭히 이 어렵고 고달픈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정신교육을 시키고 있다...저자 역시 지금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돈,돈,돈...오직 돈밖에는 모르는...돈을 위해서는 간이건 심장이건 양심이건 모두 내어줄 수 있는 황금만능주의에 심취해 있던 젊은 시절을 보낸 바 있다고 고백한다...하지만 돈만을 추구하는 것으로는 아름다운 중년을 맞이하기 위한 한계가 존재하며...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것 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 역시 가꾸고 노력해야 함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에 비추어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중년이라는 만나고 싶지 않은 시절을 보낸 인생선배의 입장에서...자신이 이루지 못하여 아쉬웠던 부분은 또 얼마나 많을까...당장 어제, 혹은 몇 시간전에 내가 나의 의지로 인해 행했던 행동조차도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은데...이제 인생을 정리해야 할 나이에 다다른 저자의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후배들의 아둥바둥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얼마나 하고싶은 말이 많겠는가...하지만 결코 꾸짖는다던가 훈계조로 조언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면서도...여성 특유의 자상함을 무기로...또 자신이 겪었던 어리석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조근조근 독자들에게 중년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방법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글을 읽으면서 부모님 생각이 종종 났다...오방 역시 이제 서른을 넘어 중년을 상징하는 사십세로 걸어가고 있는 나이가 되고보니...이미 중년이라는 고민이 많은 시기를 먼저 겪으며 고민했던 부모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듯한 기분이다...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머리깎고 절로 들어가야 하겠지만 어렴풋이나마 인생을 정리하며...소유하는 것보다 베풀고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을 먼저해야하는 중년이라는 시기를 지난다는 사실은 조금 더 인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두려워할만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노년에 접어들어 내 자식들이 또 자식을 낳았을 때...손자손녀들에게 풍족하게 용돈 한번 주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삶이라면 좀 문제가 있는 것임은 분명하지만...그렇다고 해서 지갑이 찢어질 듯 가득찬 돈만이 풍요로운 노년을 담보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닐 것이다...남부럽지 않은 중년이후의 삶을 여유있게 준비하기 위해서라면 바로 지금이야말로 호시탐탐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일단 돈부터라도 ㅋ 바이.
인생에 있어서 희망, 순탄함, 성공뿐만 아니라 좌절, 인내, 비참함 등도 인생을 완성시키기에 의미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인생 완성의 과정이므로, 인생의 쓴맛 단맛 모두를 음미하는 것이 곧 행복하게 나이드는 비결이다. 좀더 젊었을 때 나의 인생을 이어주는 소소한 것들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면, 나이듦은 불안과 체념이 아닌 항상 신선한 기대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40대에 노년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을 펴냈던 소노 아야코가 70대에 행복하게 나이드는 비결-소노 아야코의 중년이후 을 펴냈다. 늙음을 경계하는 쓴 소리를 보다 젊었을 때 쓰고, 나이듦의 진정한 가치를 경험을 통해 표현한 덕분인지 소노 아야코의 이 두 책은 세월의 흐름과 무관한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어오고 있다.
1. 단지 인간 그 자체만이 존재할 뿐이다
2. 출신상의 콤플렉스를 떨쳐버린다
3. 비로소 인생은 무르익는다
4. 정의보다는 자비
5. 추한 것, 비참한 것조차 가치 있는 인생
6. 참된 인생의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
7.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준비
8. 아내는 눈에 익은 가구와 같은 존재
9. 달인의 조건
10. 부모를 부양하는 자식
11. 읽혀지지 않은 일기
12. 계산대로 되지 않는 인생
13. 자식이 있다는 것의 쓸쓸함과 괴로움
14. 어디에나 지옥과 천국은 있다
15. 가치관의 교차점
16. 여생의 안목
17. 먼저 일어나 물러가는 연장자
18. 말석의 편안함을 안다
19. 내가 없더라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20. 위기의 가능성을 안다
21. 중층적으로 세상을 관조한다
22.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
23. 힘이 부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24.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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