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얼마 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등장한 이 한 마디와 함께 건국일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전개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우리의 헌법은 분명히 명시하고 있으나,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데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낀다.
미국의 도움으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극복하고 비로소 주권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시선이 보편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 외세의 개입 없이는 어떠한 진보도 이루지 못한 비루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는
식의 식민 사관은 여전히 유효하다. 충분히 자랑스러워 해도 될 역사에 대해서도 애써 깎아 내리거나 곡해하는
식의 시도를 접하며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 Carr 의 말을 떠올려본다. 저자 이덕일의 <당당 한국사>는 어른보다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역사 인물과
문화 유산 등을 조목조목 살펴보고 있는 게 마치 백과사전을 접한 듯했다.가장 먼저 접한 건 인물에 대한 내용이었다.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상 강국으로의 도약을 시도했던 장보고의 이야기는 반도에 갇혀 대륙으로 좀체 뻗어나가고 있지 못한 오늘날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장보고에 대한 책에서는 자신의 딸을 무리해 왕비로 만들려다가 자객에게 살해 당했다는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었다. 신분 제약을 뛰어넘기 위한 시도는 분명 무모했다.
하지만 장보고를 바라봄에 있어서 그 부분에만 방점을 찍어서는 곤란하다. 많은 이들이 우리의 역사를 평함에 있어 단 한 번도 타국을 침략하지 않았음을 강조하곤
한다. 이정기, 고선지, 흑치상지
등은 이러한 우리의 사고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이들은 모두 멸망한 국가의 백성이나 실력 하나로 인정을
받았다. 당나라에서 절도사로 등극했다가 나중엔 아예 제나라를 건국한 이정기가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뜨지 않았더라면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고선지나 흑치상지가 세계사에 남긴 족적 역시 억울한 죽음만
아니었더라면 더욱 거대해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크다. 두 번째로는 치열한 전투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 등 상대편은 이름만 들어도 패권을 장악했다는 평이
가능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명장이 있었고,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민중이 있었다. 을지문덕은 물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다 고구려를 망국으로 몰아넣었다는
평을 받곤 하는 연개소문조차도 명장이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감동적이었던 내용은 독립군에 관한 부분이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일제에 맞서 싸운 이들이 겪어야 했던 고초가 상당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 가능한 바였다. 허나 기본적인 무기의 조달조차도 목숨을 걸고 해야 했다는 걸 접하며 지금의 이 삶이 저절로 이루어진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의 삶이 안이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들이
거둔 승리는 역량이 뛰어나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간절함이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3부와 4부에서는 어디에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을 문화유산들이 연달아 조명됐다. 석굴암이나
고려청자 등은 현대의 기술로도 완벽한 재현이 힘들다고 들었다. 전쟁통에 무슨 뻘짓(!)이냐는 평도 종종 들었던 팔만대장경에 얽힌 이야기로 새롭게 읽혔다.
‘80대 20의 법칙’이라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유행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어떠한 조직이건 20퍼센트가 나머지 80퍼센트를 이끈다는 뜻이다. 리더가 중요하다는 소리일 수도 있고, 뛰어난 역량을 지닌 인물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일 수도 있다. 역사를
파고들수록 이 말에 대해 의심하고픈 충동이 인다. 임진왜란 당시 쑥대밭이 된 나라를 지킨 건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배층이 아닌 민중이었다. 그들 대다수가
역사에 제 이름을 남기지 못했으나 그들로 인해 조선이라는 나라는 유지될 수 있었다. 역사가 기억 못한
대부분이 실은 건물의 주춧돌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았다. 무엇보다도 그 점을
모두가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
한국사 최고의 장면이 한자리에!
-역사학자 이덕일이 뽑은 한국사 베스트 25장면
최근 들어 역사 교육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청소년들의 역사인식 수준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역사는 암기과목이라는 단순한 생각과 일관성 없는 역사의식으로 우리의 자긍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 청소년들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춘다면 우리의 미래는 한층 밝을 것이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역사학자인 이덕일이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역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25장면을 정리했다. 이덕일의 당당 한국사 는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진취적인 기상을 품을 수 있도록 펴낸 책이다.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우리 역사의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의 순간들, 가슴 뛰게 하는 한국사 최고의 장면들을 이 책 한 권에 모았다. 세계를 호령했던 인물과 위대한 승리의 순간들, 세계 제일의 과학 기술을 뽐냈던 과학자와 발명품들, 인류 최고의 작품을 창조한 예술가와 그들이 남긴 작품에 이르기까지, 당당하고 화려하게 장식한 우리의 역사 베스트 25장면이 가슴 벅차게 펼쳐진다.
│머리말│ 진정한 우리 역사와 문화의 무대
1부 한국사를 빛낸 글로벌 역사 인물
1장면 장보고, 해양제국을 세운 신라의 해상왕
2장면 이정기, 중원의 한복판에 대제국을 건설한 세계인
3장면 고선지, 세계사의 주역이 된 고구려 유민 출신 장수
4장면 흑치상지, 대륙을 호령한 백제 장군
│하나 더!│삼국시대의 무역 대국, 신라
2부 한국사를 빛낸 위대한 승리의 순간들
5장면 조·한 전쟁-고조선과 한나라의 전쟁
6장면 고·수 대전-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
7장면 고·당 대전-고구려와 당나라의 전쟁
8장면 나·당 전쟁-통일 전쟁의 완성
9장면 세계 해군사에 빛나는 한산도 대첩
10장면 러시아 군사를 격파한 나선 정벌
11장면 일당백의 승리, 봉오동 대첩
12장면 불멸의 청산리 대첩
│하나 더!│위대한 정복 군주, 광개토태왕 146
3부 한국사를 빛낸 자랑스러운 세계의 유산
13장면 호국 불교의 힘, 팔만대장경
14장면 기록 문화의 백미, 조선왕조실록
15장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
16장면 과학정신이 만든 위대한 예술품, 석굴암
│하나 더!│1,500년의 신비, 공주 무령왕릉
4부 한국사를 빛낸 찬란한 과학과 문화
17장면 비파형 동검과 청동기 기술
18장면 무적 함선 거북선
19장면 동양 최고(最古)의 천문대, 첨성대
20장면 놀라운 천문 관측술, 〈천상열차분야지도〉
21장면 유배지에서 꽃핀 과학정신, 정약전과 자산어보
22장면 최무선과 화약 무기의 발명
23장면 천하제일의 비색, 고려청자
24장면 천상의 울림, 성덕대왕신종
25장면 고구려의 성과 고분 벽화
│하나 더!│노비에서 과학자가 된 장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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